[심층] 거실로 들어오려는 ‘피지컬 AI’, 2026년 10월 현재 어디까지 왔나
- 휴머노이드 출하는 반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지만, 집 안의 로봇은 여전히 예약과 약속의 단계
- 유니트리 상장, 삼성·현대차의 로봇 승부수… 기대와 거품 사이에서 투자자가 볼 점
(서울=ourim.kr) 양말려 기자 = 인공지능(AI)이 모니터 밖으로 나와 몸을 입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AI가 이제 물건을 집고 걷는다. 이런 기술을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부른다. 2026년 들어 시장은 숫자로 움직였다. 휴머노이드(사람을 닮은 로봇) 출하량이 상반기에만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고, 세계 최대 휴머노이드 제조사 유니트리가 8월 중국 증시에 상장했다. 그렇다면 로봇은 정말 우리 거실까지 왔을까. 시장의 현재 위치와 투자자가 가려 봐야 할 지점을 쉽게 풀어 정리한다.
🧠 1. 피지컬 AI란 무엇인가
과거의 로봇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자동화 기계였다. 공장에서 같은 부품을 같은 자리에 용접하는 로봇이 대표적이다. 피지컬 AI는 여기에 거대언어모델(LLM)과 시각 인식 기술을 결합해, 로봇이 상황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게 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거실을 정리해”라고 말하면 AI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이 장난감인지 쓰레기인지 구분하고, 물건에 맞는 힘으로 집어 올리는 식이다. 챗GPT가 문장을 만들어 내듯 로봇이 행동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이 분야의 형태는 크게 둘로 나뉜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와, 개처럼 네 발로 걷는 4족 보행 로봇이다. 4족 보행 로봇은 안정적이어서 험지나 점검 업무에 쓰이고, 휴머노이드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과 도구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2. 왜 지금인가
분석가들이 꼽는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AI 모델의 발전이다. 글과 이미지를 이해하던 모델이 이제 카메라 영상과 말을 보고 행동까지 정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둘째, 부품 가격이다. 센서와 모터, 감속기 같은 핵심 부품의 값이 내려가고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서 한 대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 셋째, 사회적 수요다. 인구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장과 물류, 돌봄 현장의 일손 부족이 깊어지고 있다. 이 세 요인이 겹치면서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현장으로 나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래서 AI 기업들은 앞다퉈 로봇을 새 먹거리로 내세운다. 챗봇으로 경쟁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로봇의 뇌를 누가 만드느냐로 경쟁의 장을 옮기고 있다.
📈 3. 숫자로 본 2026년 시장
- 출하량: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8월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출하 규모는 약 2만 대 이상이다.
- 중국 쏠림: 같은 보도에서 상반기 출하의 대부분(약 97%)이 중국 업체였고, 애지봇(AgiBot)이 1위, 유니트리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수치는 조사 기관마다 달라 정확한 값은 원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 전망: 올해 전체 출하 전망은 5만~9만 대 사이로 기관마다 차이가 크다.
출하량이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해도 절대 규모는 아직 작다. 자동차가 연 수천만 대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막 시작하는 단계다. 또 상당수는 공장과 물류 현장, 연구용으로 팔린 것이다.
🏭 4. 유니트리 상장: 첫 번째 가격표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는 8월 상하이 증시 과학창업판(STAR)에 상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약 61억 위안(약 9억 달러)을 조달했고,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몇 배로 치솟았다. 장중 최고 상승률은 보도마다 460%에서 600% 넘게로 다르다. 2025년 매출은 17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4배 넘게 늘었고, 이 중 휴머노이드 매출이 약 8억 6,800만 위안이었다고 한다.
이 상장은 로봇 기업의 가치를 시장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매겨 본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상장 첫날의 폭등이 거품 논란을 부른 사례이기도 하다.
🏠 5. 가정용 로봇은 어디까지 왔나
- 1X 네오(NEO): 보도에 따르면 2만 달러에 사거나 월 499달러에 쓰는 가정용 휴머노이드다. 미국에서 2026년 중 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예약자 모두에게 연내 배송을 약속한 것은 아니다. 출시 초기에는 완전 자율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 피규어(Figure): 공장에서 상업 배치가 먼저 이루어지고 있다. 가정용은 월 600달러 안팎의 임대 계획이 보도됐으나 확정된 소비자 판매는 확인되지 않는다.
- 테슬라 옵티머스: 테슬라는 분기보고서에서 옵티머스를 대량 생산을 준비하며 투자 중인 범용 자율 휴머노이드로 설명한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 중인 제품은 아니다.
정리하면 가정용 로봇은 예약과 계획의 단계다. 빨래와 설거지를 맡길 수 있는 날은 아직 몇 년 뒤의 이야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 6. 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콜옵션을 행사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약 35%까지 끌어올렸고,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연결 자회사가 됐다. 삼성은 7월 B2B 산업용 로봇 개발을 맡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우선 자사 공장과 조선소에 투입한 뒤 외부 판매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세운 로보틱스 아메리카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양산을 맡고, 기술 개발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담당하는 구조다. 감속기 같은 부품 공급사들이 수혜 기대로 자주 거론된다.
다만 기대와 실적 사이의 간격이 크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6년 1분기 매출이 약 90억 6,00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16%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약 15억 7,000만 원이었고, 보도에 따르면 주가수익비율(PER)이 5,000배를 넘는다. 이는 실적이 아니라 기대가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52주 최고가 약 97만 9,000원에서 최저가 약 30만 원대까지 움직일 만큼 변동성도 크다.
💹 7. 투자자가 볼 지점
로봇은 눈, 뇌, 관절로 나눠 볼 수 있다.
- 뇌(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로봇 안에서 실시간으로 판단을 처리하는 칩과 운영 소프트웨어다.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 관절(액추에이터·감속기):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핵심 부품으로, 로봇의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에스피지 같은 회사가 거론된다.
- 눈(비전 센서): 라이다(LiDAR)와 3D 카메라처럼 로봇이 주변을 보게 하는 부품이다.
다만 이름이 거론되는 것과 실제 수혜는 다르다. 실제 공급 계약과 매출로 이어졌는지를 공시로 확인하는 일이 먼저다. 공시에서는 세 가지를 보면 된다. 로봇 관련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수주 잔고(앞으로 받을 계약)의 증가 여부, 그리고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는지다. 기대가 실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 투자 판단의 분기점이다.
⚠️ 8. 리스크
- 기대의 선반영: 매출이 작고 적자인데 주가는 고평가인 종목이 많다. 상장 첫날의 폭등과 이후 변동은 이를 보여 준다.
- 중국 쏠림: 출하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해 가격과 공급망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이 크다.
- 상용화 속도: 가정용은 안전, 가격, 자율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
- 일자리와 안전 논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수록 제도와 안전 기준의 논의가 따라온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 피지컬 AI: AI가 로봇 같은 물리적 몸을 얻어 현실에서 행동하는 기술이다.
- 휴머노이드: 사람과 닮은 모양의 로봇이다.
- 4족 보행 로봇: 네 발로 걷는 로봇으로, 안정성이 강점이다.
- 액추에이터·감속기: 로봇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부품이다. 감속기는 힘을 키우고 움직임을 정밀하게 만든다.
- 라이다: 레이저로 거리를 재 주변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센서다.
💡 정리
피지컬 AI는 분명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지금은 공장과 연구실이 중심이고 가정은 약속의 단계다. 기술이 완성되어도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내려가야 대중화가 이뤄진다. 투자자는 기술 이야기에 앞서 누가 실제로 팔고 있는지, 이익이 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해설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수치는 기관 발표와 언론 보도에 근거했고, 기관마다 차이가 있는 항목은 그렇게 표시했다.